성범중 울산대 명예교수는 최근 연구서 『불지』(도서출판 통도)를 펴내고, 조선 후기 문헌과 기행문, 한시 속에 남은 천성산 불지와 불지암 기록을 정리했다. 지난해 본지가 최초 보도한 불지 발견과 관련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결과물이다.
불지는 경남 양산 천성산 깊은 산중 자연 석굴 속 연못이다. 굴속에 늘 황금빛 물이 고여 있어 ‘금수’ 또는 ‘금수굴’로도 불렸다. 『삼국유사』와 각종 읍지, 조선 문인들의 문집에는 천성산 서북쪽 8부 능선 큰 바위 벼랑 밑에 있는 신비로운 석굴로 등장한다.
성 교수의 연구는 20여 년 전 울산의 풍광과 풍류를 한문학 자료 속에서 정리하던 과정에서 시작됐다. 그는 울산 선비 이양오와 남경희의 원적산 유람 기록을 접하며, 천성산이 조선 후기 울산·경주 선비들에게 중요한 유람지이자 사유의 공간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이양오의 「중유원적산기」와 「금수해」는 불지 연구의 중요한 단서가 됐다. 이양오는 불지의 금빛 물을 두고 노화를 막는 효능이 있다고 기록했으며, 이는 당시 불지가 울산 지역 지식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졌음을 보여준다.
『불지』는 단순한 위치 확인에 그치지 않는다. 정시한의 『산중일기』, 오희창의 「불지기」, 이양오의 「금수해」, 조표의 「안적산기행」 등 관련 기록과 주민 증언, 불지 관련 한시, 주변 석각 문자까지 함께 정리했다.
책은 모두 6부로 구성됐다. 불지와 불지암의 기록과 형상, 의미를 다룬 총설을 비롯해 천성산 및 불지 관련 기록, 한시, 석각 문자, 재발견 과정의 후일담을 담았다.
성 교수는 “각종 문집에 수록된 천성산 유람 기록과 한시를 검토하면서 그들의 유람 목적이 불지를 탐방하는 데 있었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됐다”라며 “『불지』는 기록 속에 묻혀 있던 공간을 현실 속에서 다시 읽어낸 작업이다. 동시에 울산의 한문학 전통과 천성산·통도사 문화권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한 문화사적 복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